진진아트-영상 낭송시♣

성탄제/김종길 / 영상:JinJinArt / 낭송:공혜경

꿈그린 2010. 12. 27. 06:25

 

출처 http://cafe.daum.net/jinjinart

 

성 탄 제


시 : 김종길 . 낭송 : 시풍( 공혜경 )


어두운 방안엔
바알간 숯불이 피고 ,


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
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
지키고 계시었다 .
 

이윽고 눈 속을
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.
아 ,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
그 붉은 산수유 열매 -


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(짐승)  ,
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
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
부비는 것이었다.


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.
그날 밤이 어쩌면 ...
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.


어느새 나도
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.


옛것이라곤 찾아볼 길 없는
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
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,


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
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
느끼는 것은 ,


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
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흐르는 까닭일까.


■ 현대시 100년 - 시인100명이 추천한 애송시[29P]에서 발취

짐생(짐승의 사투리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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과거 우리네 아버지들은 사랑을 표현하지 못했다.
관습적 가장의 위엄함에 묻어 둘 뿐이다.


성탄제는 아픈 어린 아들에 대한 촌로의
아버지가 할 수 있는 사랑의 전부이다.


성탄은 사랑의 상징이고, 거룩한 탄생의 축복이다.
부모은중경에 나오는 ‘아버지는 나를 낳으시고...’
처럼 성탄의 신성함, 고귀함과 상통한다.


붉은 산수유 열매는 나를 이어주는
내 속에 흐르는 붉은 피와 동등한 마력을 지닌다.
인간의 정신, 육체의 아픈 상처는 신이 어루만짐으로
치유될 수도 있지만, 피붙이만큼 더 간절하고 더 효과적일까
우리 모두에게 그 따뜻한 피가 철철 흐르고 있음을...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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